Colors

from 어떤 날 2009. 10. 8. 16:10

기묘한 모양이라고 생각했어 _ 사실 난 당신이 내게 하는 말을 무엇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단지 내가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라고 당신이 생각하게 되면, 나를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어, 아마도 그 무렵에 저런 것을 만들었을 거야. 저것 봐, 얼마나 무의미한지, 마치 당신과 내가 만났다는 사실처럼 말이야.

어느 해에 나는 그림 6점을 그리고, 소설을 한 편 썼다. 그 사람이 불어넣어주는 영감 그대로, 마치 그것이 내 것인 양 그 해에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리하여 어느 해에 나는 무엇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신이 떠난 뒤로, 내가 얼마나 빈 껍데기였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왜 그 사람은 내게 이별에 대한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는지가 원망스러웠다. 조금이라도 누가 건들면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는 걷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 압핀이 놓여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비어있는 도시들을 찾아 걸어 다녔다. 그러나 발걸음을 멈출 때마다 나는 늘 제자리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리고 어느 해에 걷는 것을 모두 멈추고, 이전에 써 두었던 글들을 모아 다시 소설을 한 편 썼다. 탈고가 끝날 무렵, 과거에 내가 적어 놓았던 글들이 지금 내 모습을 예언하고 있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주인공은 나와 빼어나게 닮아 있었고, 그 몇 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내게 다시 찾아왔다. 그것은 내게 구원이었고, 작품 속에 주인공은 지금도 그 비어있는 도시들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당신과 내가 만나기 그 이전부터, 내가 그림 6점과 소설을 한 편 썼던 어느 해의 그 이전부터, 나는 거기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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