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 똑딱거리며 움직이는 것, 그건 내가 사준 것이고, 너는 그걸 아무런 준비 없이 받아 두었어, 기억하지 않으면 좋겠어, 비가 오는 날은 축축한 기억들이 떠올라, 비에 젖어 가는 옷 틈으로 네가 나를 안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지, 무엇보다 그걸, 기억하지 않으면 좋겠어, 우산 속으로 빗물이 숨어 들어오고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자동차들이 튀어낸 방물들이 우리들 향해 달려올 때는 퍽 재밌기도 하지만 무례한 상상이라는 생각도 들어, 그러니까 기억하지 않으면 좋겠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고, 심심한 듯이 빗방울이 창에 기대어 만들어 낸 그림을 바라보면서 무심코 한 말도, 이제는 기억하지 않으면 좋겠어, 상실감은 네가 만들어 내었던 것이 아니었던 거야, 기억하지 않으면 좋겠어. 사랑해 본 기억만 남겨두고 싶어. 그리고 그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상관없어, 이건 네가 말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