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16

from Reset 2010. 11. 22. 01:14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지을 거야.

J는 방의 불을 끈다.

마치 맨션의 하룻밤과 같다.


먼지 가득한 맨션의 제일 꼭대기 층에서 _ J가 파티를 하며 옷을 벗던 때의 모습과도 같이, J의 허리에는 잘록한 점들이 묻혀 있다, J는 그것들을 _ 내가 만든 것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맨션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점들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언니와 같은 점들이 내 몸 안에 박히는 일 따위는 없었을 테니까.’


J와 헤어진 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나는 J를 맨션에 버려두고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맨션을 떠나겠다고 했고, J는 맨션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더는 그곳에서 살기 어렵다고 말했고, J는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간에, 맨션에서, 나와 J _ 그리고 케이 _ 가 보내었던 시간이 내가 하는 일에 훼방을 놓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 어떠니?

나는 차분히 앉아서 J를 바라보았다. 상관없어. 이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지을 거야. 너를 만나기 전에도 나를 결정지었던 일들이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는 했어. 나는 몹쓸 아이처럼 그것들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돌이켜보면, 너로 인해, 그렇게 내 안에 무엇인가와 밀착되어 있는 것들이 ‘나’의 일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 어떠니? 나는 ‘나’로 살아 있는 일 외에는 고민하고 싶지 않아. 너도 ‘나’의 일부로, 나도 ‘너’의 일부로 살아 있을 거야.


지금껏 J처럼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만난 적이 없다. 맨션에서 나체로 잠이 들 때의 J와 나는, J의 볼에 내 볼을 가져다 대고 비빌 때면, J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온기의 소리를 내고는 했다. 그 소리를 잊어본 적이 없다.


나는 삶이 아주 단순하길 바란다. 과거에 있었던 어느 하나의 사건이, 과거에 만났던 어느 한 사람이, 또는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어느 누군가로 말미암아 _ J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_ 앞으로의 인생이 결정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희망 같은 건 가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0/11/19 - [어떤 날] - Pink or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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