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dlight for Blue Eyes

from 어떤 날 2010. 1. 24. 23:18
그렇게 당신이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으면, 나는 세상을 볼 수가 없어.

당신은 내 허벅지를 만지고, 나는 그 손을 붙잡는다. 마치 그림자를 밟고 있는 듯한 감촉이 손에 느껴진다. 내가 눈을 감으면, 당신은 호흡이 가빠지고, 당신의 숨은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당신의 맥박이 내게 전해져 온다, 빠른,

옷을 벗을까?

내가 묻자, 당신은 그러지 말라고 고개를 젓는다. 꼭 지금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라고 당신이 말하고, 나는 당신과 자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라고 말한다. 그러면 당신은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네 얼굴은 왜 빨개지지 않지? 라고 당신이 내게 묻는다. 다른 여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얼굴이 빨개져?

아니, 그렇지 않아, 라고 당신이 말한다.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너라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얼굴이 빨개질 거라고 생각했어, 라고 말한다. 왜 나는 다르다고 생각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도 지금까지 내가 만나 왔던 애들 중에 한 명일 뿐이야. 그건 전혀 다르지 않아.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마치 내가 해서는 안될 말을 하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제야 당신은 내게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허벅지에서 손을 떼어 내고, 무릎에서 내려오려고 한다. 나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내 허벅지로 당신의 손을 가져간다, 당신이 무릎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당신을 껴안는다.

옷을 벗을까? 나를 봐 줘.

당신은 나를 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왜 나하고 자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라고 당신이 묻는다. 당신은 허벅지를 만지던 손을 조금 더 깊숙이 안쪽으로 넣는다.

당신이 나와 자는 것을 좋아하니까, 나도 당신과 자는 것이 좋아.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자 당신의 호흡이 멈춘다. 그리고 당신이 내게 말한다. 당신은 다시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무릎에서 내려온다. 

그래서 얼굴이 빨개질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세상에서 나와 자는 것이 가장 좋아, 라는 따위의 이야기를 할 때, 의미 없는 일을 마치 의미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네 습성 때문에, 네 얼굴이 빨개질 거라고 생각했어.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도 좋아.' 라는 말은 잠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 

옷을 벗을까? 당신이 떠나고, 나는, 옷을 벗는다.

그리고 그림자, 를 밟는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태양을 등지고 서 있으면 그림자 위, 로 당신이 내려앉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걸음을 뗀다. 나는 왜 벌거벗게 되었을까? 왜 당신은 벌거벗지 못했을까?

잊어, 침대 위에서 너와 나는 모두 벌거벗고 있었어.
당신이 내게 말한다.

2009/12/27 - [글쓰기] - Bedlight for Blue Ey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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