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나는, 길을 잃어도 상관없었어, 나는 길을 가고 있지도 않았고, 길이 무엇인지, 내 길이 어디로 향해있는지도 알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당신과 헤어지고 당신 아닌 것들만을 생각하며 지내었고, 마치 그 길이 내 길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았어,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을 잃었다는 것 외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무슨 일이든 하려고도 생각했어,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이 사진을 보고 있는 동안만은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져, 나는, 두 번의 이별을 경험하게끔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하나는 당신을 잃는 것, 다른 하나는 당신이 더 이상은 내 곁에 없다는 이 느낌을 잃는 것, 말이야 _ 그러니까 사진이란 참 편리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 외에는 무엇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말이야. 당신도 내 사진 속에서는 어디에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