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13

from Reset 2009. 11. 13. 08:27

나는 네가 행복해 지는 것이 싫어. J가 가자고 하니까 여기까지 따라왔어, 집에 있는 턴테이블이며 스피커를 함께 훔쳐서 가지고 오기도 했어, 그렇지만 나는 네가 행복해 지는 것이 싫어, 저기 두꺼운 판자로 창에 못질해 둔 것도 이렇게 앉아서 치즈 케잌을 먹고 있는 것도 그래, (케이),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 나를 찾아와서 몸에 푸른 반점이 있는 언니를 만났어, 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할 때부터 불안한 기분이 들었어, 저 언니 어디가 좋은 거야? 잊었어? J, 네가 집을 나왔을 때 먹을 것을 구해주고 잘 곳을 마련해 준 것은 나였어, 네가 힘들 때마다 네 고민을 들어준 것도 나였어, 그런데 아직 그런 은혜에 보답하지도 않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저런 언니를 위해서 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네가 골라준 거잖아, 언니에게 예쁘게 보여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야, 싫어, 저 언니 없이도 잘 살아왔어, (케이), 처음 네게 엑스를 가져다 준 것도 나였어, 너는 이런 거리에서 방황하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게 찾아와서 이야기하고, 그런 너를 나는 위로하고 조언하면서 우리는 얼마든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어. 너는 행복해 져서는 안 돼, 계속 불행한 채로 있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나를 찾아와서 네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모두 말하고, 내가 하자고 하는 대로 해야만 했어, (케이), 그냥 돌아가자, 응? 이런 곳에서 살지 마, 언니 같은 것은 잊고 예전처럼 둘이 그렇게 지내, 네가 원하는 것이면 다 들어줄게, 네가 행복해 지지 않을 때에만 나는 혼자가 아닐 수 있어. (케이)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이 싫어, 네가 저 언니와 행복해 지는 것이 싫어. 그렇게 내가 쓸모없어지는 것이 싫어. 케이는 바닥에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그리듯이 하며,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럴 때마다 J는 한 번씩 케이, 라는 이름을 의미 없이 말하고, 마치 그래서? 라는 억양과 음색으로, 케이가 하는 말에 장단을 맞추어 주듯, 케이, 라고 말한다. 얼마 안 있어 케이는 어깨를 들썩인다, 소리 없이 크게 운다. 그리고 바닥에 무엇인가를 그리던 손가락을 입 안 깊숙이 넣어서, 토한다. (케이) 미안해, 이런 말 해서, 언니에게도 미안해요, J, 미안해,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 용서해 줘, 나를 버리지 마. 케이는 침을 흘리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것처럼 흔들린다, 악취가 나기 시작한다, 케이의 눈이 풀린다, 케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라는 시늉을 하듯, 앞으로 쓰러질 것처럼 된다. 그런 케이의 어깨를 J가 감싸고, J는, 입 안에 있던 치즈 케잌을 삼킨다, 그리고 케이에게 입맞춤을 한다. 케이의 혀가 길게 늘어진다. 탐욕스럽고 외로운 혀가 J의 입 안에 가득하다. J는 케이를 자신의 무릎에 눕힌다. 오기 전에 엑스를 먹였어, 그리고 우유도 먹였어, 그러고 나서 치즈 케잌을 먹게 되면 이렇게 되는 거야. 속이 메스껍고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지독히 외로워져서 견딜 수가 없게 돼. 앞으로 여기서 살 거야, 케이가 나를 보려면 여기로 와야 해. 그래서 데리고 왔어. J는 입 안의 엑스를 넣었다가, 혀로, 케이의 입 안으로 엑스를 넣어 준다. 케이는 마치 작은 사탕을 삼키듯 엑스를 입 안에서 녹인다. 케이가 그랬어, 갈 곳 없는 사람들만이 이별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그 값어치를 알아야 한다고 말이야. J가 말한다, 케이, 이 언니가 나를 관찰해 줄 거야. 자신을 위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옆에 있게 되면 그때부터 세상은 끝이 나는 거야, 그러니까 관찰해 주는 사람이 있는 동안은 결코 잘못되지 않을 거야, 케이, 너는 나만 지켜보면 돼, 그런 나를 이 언니가 관찰해 줄 거야, 맨션의, 판자로 막힌 문 없는 창 사이로 햇살이 뿌려지고, 케이 주변의 먼지가 깃털을 달고 황금빛으로 변한다. J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아무래도 저기 저 판자는 떼어버려야 할 것 같아, 케이가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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