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미움, 이슬

from 어떤 날 2009. 2. 18. 22:46
그냥 당신이 싫을 뿐이야, 그런데도
당신은 내 앞을 막고 내게 전화를 하
고 욕을 하고 머리채를 잡기도 하면
서 이유를 물어, 어떤 말을 해야 할
까?
그냥 당신이 싫어. 
 
지금도 내 집 앞에서 서성이면
서 나오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
으면 죽이겠다, 죽어버리겠다, 누
구도 가만 두지 않겠다, 고 소
리치는 당신을 보면서 지금껏 당신
은 당신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을 인
정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만 만났구
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서 _ 그냥 당신이 벌레 같다
는 생각이 들어. 
 
당신의 본심을 알아달라
고 말하면서 손목을 긋거나 하
고 _ 이렇게 나를 사랑하
는 당신의 마음을 받아달라
고 하지, 나는 피어싱을 한 배
꼽을 만지다가 _ 싫다는 말
을 반복하고 당신에게 맞
아서 눈물이 흘러, 그걸 당
신이 닦아주면서 _ 미안해,
정말 미안해, 사랑해, 라는 따
위의 말을 하고 나는 그걸 듣
고 있

어. 
 
그래 미안해, 당신의 마음
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
해,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지 몰
랐어, 라고 내가 당신에게 말
하자, 그 때서야 당신이 나
를 포기하는 것을 목격했어. 
 
지금도 내가 가는 곳마다 따
라 다니고, 10분마다 전화하
면서 욕을 하는 당신
을 보면서 _ 내가 가진 가치
를 짐작해. 그러면서 기
다려,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
는 어떤 누군가가 나타나
서 당신의 이를 발로 뭉개
어 버리는 것을 생각하면
서 말이야 _ 내가 사는 세상과 당
신의 엉덩이 사이에서 떨
어지고 있는 이슬을 만지
고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