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y, trivial

from 어떤 날 2011. 3. 2. 00:16
어떤 이유로 살아가니? 어떤 이유로 살아 있니?
여기에 대한 어떤 답을 들어도, 그것이 무엇이든,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런 까닭에 문득,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삶에 이유가 없어, 라고 하는 이가 앞에 나
타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언젠가 당신에게 물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삶에 이유가 없어, 고통스러운 과거만이 떠올라, 너무 싫어, 
그러자 당신은 내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주고, 
내 눈을 바라보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니?
몰라,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모르겠어, 그냥 싫어, 한동안 그런 이야기를 당신과 나
누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문득, 이상하게, 내가 궁금해하던 질문이, 그때, 너무도 이상하게, 
사라졌다. 당신과의 대화 속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의 이유, 라는 것은 대답해야만 하는 질문이 아니고
궁금해야 할 사유가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가 가진 언어, 로 사유를 계속하는 한, 그리고 그 사유를 나타낼 
수 있는 언어를 내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한, 나는 얼마든지, 대답이
전혀 없는, 이 아닌 어떤 대답으로도 대체 가능한, 답(answer)이 필요
없는 질문들을 던져댈 것이 분명하다. 

삶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가진 언어에 오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오류는 내가 가진 언어로만 표현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삶은 마땅히 누려야 할 오류로 가득 차 있는지,
표현이 가능하지 않은 오류 속에 '왜 오늘 이렇게 살아 있는지'에 대한 답이 들어 있는지,
또는 신경쓰지 말아야 할 진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지, 
와 같은 따위의 생각을 할 때면, 늘 당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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