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9

from Reset 2009. 10. 22. 23:10
언니가 나를 관찰해 주었으면 했어. 무슨 말이야? J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맨션의 문 없는 창으로 햇살이 뿌려지고, 먼지는 깃털을 달고 황금빛으로 변한다. 나는 먼지를 손으로 가리며 묻는다. 어제 언니의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 J가 말한다, J는 헐렁한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어디 갔지? 하는 표정으로 자세를 낮추어서 무엇인가를 찾는다, 나는, 저기에 있어, 라는 손짓으로, 지난밤에 모래를 파고 엑스를 묻어두었던 곳을 가리킨다, J는, 조심스럽게 엑스를 끄집어내어 휘파람을 불 것 같은 입 모양으로 모래를 날려 보낸다. 갈 곳 없는 사람들만이 이별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언니는 그런 표정이 어울리지 않아, 갈 곳 없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표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지난밤의 일을 떠올린다, 이별의 순간, 버스 정류장에서 보았던 어느 여성의 모습을 따라서, 그 여성의 입 모양을 유심히 보며, 그 여성이 하는 흉내를 내었다. 갈 곳이 없어. J는 모래를 벗은 엑스를 호주머니에 넣으며 내게 다가온다, 나는, 피로 엉겨 붙은 빨랫줄과 같은 끈이 떨어져 나간 손목을 만지며 말한다, 무슨 말이야? 어젯밤 했던 것처럼 언니가 나에게 해 줘,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줘, 나를 관찰해 줘, J가 말한다, 내 앞에 서서, 나는, 알 수 없는 아이, 고개를 잠시 떨어뜨리고, J의 시선을 피해서, 관찰해 달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관찰해야만 했던 것은 이상한 섬에 있던 사내였다. 사내는 내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사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했다, 싫어,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해? 내가 말한다. J는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라도 들은 듯, 부탁해, 언니, 라고 하며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내 손을 잡고, 나는, 손을 뿌리치면서, 왜 그러는 거야? 라고 말한다. 사람은 관찰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에만 완전해 질 수 있어, 나는 내 모습을 볼 거야, 언니를 통해서, 그러자 J의 모습이 갑자기 투명해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의 J의 모습은 벽의 일부나 바닥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맨션의, 그러면 무엇을 해 줄 거야? 내가 그렇게 해주면 넌 무엇을 해 줄 거야? 내가 말한다. J는 흠칫 엑스가 들어 있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려고 한다, 나는, 소용없어, 라는 얼굴짓을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가지런히 하고, 머리를 풀었다가 다시 묶고, 얼굴을 양손으로 한번 비빈 뒤에, 계단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J가 말한다. 후회하지 않을 거지? 그 말을 무시하고, 나는, 계단을 내려간다. J가 하는 이야기를 흉내 내며, 후회하지 않을 거지? 절박한 느낌이 양손에 쥐어진다, 불행해, 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J는 검은 색 승용차를 탄 어느 남성과 함께 맨션으로 돌아왔다, 늦은 밤, J는 마치 내가 벽의 일부나 바닥의 일부인 것처럼, 맨션으로 어느 남성과 함께 큰 소리를 내며 7층까지 올라온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봐.


                

2009/09/22 - [글쓰기] - Dime Novel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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