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8

from Reset 2009. 9. 22. 07:18
맨션은 도시의 언덕 위에 있었다. 그 붉고 푸른 등을 단 가게들이 끝나는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_ 오르막을 걸어 직선거리로 약 200m 쯤 가면 도달할 수 있는 곳, 길목에는 논과 같은 공터가 있고, 아카시아와 코스모스가 솜털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손을 뻗으면 부드러운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가슴 아래까지 닿았고, 걸을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다리 사이를 지나 목덜미까지 올라왔다, 이런 곳에서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은 위험해, 주위는 온통 어둠뿐이었고, 밤이 깊어도 불이 켜지지 않는 건물들이 줄 서 있었다. 그러면 달빛이 유난히 밝아지고, 주위의 건물들이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내게 말을 걸어왔다, 돌아가,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나는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다,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면 조용히 하고 있어 _ 맨션은 7층 높이에서 멈추어 있었다, 거푸집 공사를 마치고 _ 그 해에는 건설회사가 망하면 다음에 정권이 바뀐다는 말이 나돌았고, 실제로 다음 해에 정권이 바뀌었다. 한쪽에는 쓰다 남은 목자재들과 콘크리트, 시멘트 등이 놓여 있었고, 남겨진 벽돌들 사이로 이름 없는 잡초들이 돋아나 있었다. 나는 이상한 섬에 끌려들어갔다 도망쳐 나와서, 그 도시의 맨션에 숨어 있었다, 그러던 중에 J를 만났다. J는 갈 곳이 없다, 고 하며 나를 따라왔고, 호주머니에 포장되지 않은 엑스를 가지고 있었다, 배꼽에는 피어싱을 하고 있어 가끔씩 달빛에 반짝였다. 나는 엑스를 먹지 않았고, J는 엑스를 혀끝으로 살금살금 돌리다 삼킨 뒤, 세상의 끝에 대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그때 J의 모습은 아무래도 순수해 보였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모습에, J의 손을 내 손에 묶었다, 이상한 섬에서 사내가 나에게 하던 방식 그대로, J를 나와 연결

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J는 거의 알 수 없는 몸짓으로 자신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나머지 엑스를 찾으려고 애썼고, 그 모퉁이에 같이 있던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며, 내건데 가져가 버렸어,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라는 따위의 말을 했다, J는 거의 필사적으로 나체가 되려고 애썼고, 곧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목이 마르다는 손짓으로 목과 어깨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한 손으로 주워온 매트리스를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버텼고, 다른 한 손으로는 J의 손을 잡았다, J가 그런 나를 벗어나려고 애쓰는 바람에, 나는, 손목이 벗겨질 정도로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손은 놓지 않을게.' _ 이런 거짓말을 생각하며, 이상한 섬에서 사내가 나에게 했던 그대로 J에게 했다, 손을 묶고, 다음 날 J와 나는 거의 녹초가 되어서 오후 늦게까지 잠들어 있었다, 맨션의 문 없는 창으로 햇살이 뿌려지고, J와 나는 늙은 매트리스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다 깨어났다, 손목에 피가 엉겨 붙어 있어, J는 잠에서 일어나 나를 보고는 놀라더니, 어제의 기억을, 얼굴을 문지르고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찾아내어, 나를 보면서 물었다, 이게 뭐야, 손을 들어 보이면서, 나는 J의 등을 만졌다, 마치 어젯밤 J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젖어 있었다, 값어치가 없다고 했잖아, 무슨 상관이야? 내가 대답했다, 그런가? 피로 엉겨 붙은 빨랫줄과 같은 끈을 떼어내며, 따가워, J가 대답했다, 그러다 J는 무언가 생각난 듯 내 얼굴을 가까이 다가와 쳐다보았다, 그래 이것 봐, 역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내가 옳았어, 그런데도 어제는 그런 표정을 잘도 지었단 말이지, J가 말했다, 앞으로 여기서 살 거야, J는 먼지를 털어내며, 언니가 나를 관찰해, 어젯밤 언니는 누군가를 관찰하고 그걸 내게 보여준 거야, 그렇지? 이별의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언니가 나를 관찰해 주었으면 했어. 

2009/09/19 - [글쓰기] - Dime Novel #7
2009/10/22 - [글쓰기] - Dime Novel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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