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ight, no chaser

from 글쓰기 2009. 8. 18. 12:55

미안해, 잊었어, 아직 낙엽이 지려면 멀었거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걷는 날이 늘었다.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 그리는 것도 글 쓰는 것도 그만두었다. 대신 낡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이별이 내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길을 걷는 동안, 나는, 주변의 풍경이나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이별은 늘 불우한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고, 그것은 내가 지금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내 주위에 머물러 있다. 어느 날, 나는, 작은 골목길에 들어섰고, 이내 길을 잃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그리고, 그 때 나는, 내 앞에 떠 있는 저 모습을 보았다. 나는 아무 의식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한숨을 쉬었다. 우연히 사진을 정리하다 저 모습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나는, 왜 그 때 그 장소에 있었고, 무엇 때문에 저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상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고,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의지와 관계없이 생기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Thelonious Monk 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2009/07/19 - [어떤 날] - Made in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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