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_ 4개월 전에 에세이와 같은, 여행기를 부탁받았다. 원고지 분량으로도 몇 장 되지 않는 짧은 글, 을 부탁받고, 나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 고 약속했다. 그리고 며칠 전, 부탁받은 것이 생각나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당시에 찍었던 사진들을 살펴보고,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회상하며, 웃으면서 거기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갈지 상상하며, 블루스 리듬을 흥얼거렸다. 그렇게 글의 중반 정도에 왔을 때, '아'하는 탄식과 함께 무엇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야기를 진행하지 못했다. 쓰고 싶은 말은 넘쳐났지만, 내가 가진 단어들이 이렇게나 제한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이상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다. 나는, 무능하거나 무력했다. 나는, 쓰고 있던 에세이와 같은, 원고지 분량으로도 몇 장 되지 않는 짧은, 여행기를 끝에서부터 천천히 delete 키를 눌러 지웠다. 그리고 속이 후련하게 지워진, 여백이 가득한 공간을 바라보며, 나 자신에게 화를 내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고 싶은 말, 을 하지 못하는 일, 이 엉터리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말하지 못함, 에 대한 불안이 시작된다.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일기장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 나는 매번 이런 식이다. 분노하고 있을 때에만 움직인다. 잘못된 습관이다. 
- 내 상상의 세계에서 그 중심은 늘 '당신'이다.
- 낙서를 1,158개 정도 하고 나면 어떤 이야기가 생기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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