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ce

from 낙서 2009. 8. 24. 22:48


한터를 취재하고 돌아온다, 눈이 아라비아인을 닮은 내 또래의 아이를 만난다, 친구가 되자고 하자, 됐다, 고 한다, 육교 위에서 오른쪽 다리가 절단된 홈리스 노인이 새벽길에 잠들어 있는 것을 본다, 옆으로 다가가 흔들어 깨우자, 자는데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한다, 버스 정류장에 만취가 되어 누워 있는 중년 남성을 일으켜 세우며 집이 어디냐고 묻자, 내게 욕을 하더니 다시 잠이 든다,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 모두 내 잘못이다. 너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니? 가끔 이 나라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들, 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목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거리에 그대로 둠으로 해서 말이야. 복지 예산을 줄이면 저런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날 거야, 그러면 주변 환경을 가꾸기 위해서 저런 사람들이 없는 지역을 개발하려고 들 테지, 개발 이익 같은 건 정말 아무래도 좋은데 말이야, 그건 저 사람들 몫이 될 수 없으니까,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거리에 그대로 두면 경제는 발전하도록 되어 있어. 저 사람들은 구매 능력이 없어서 아무래도 좋은 거야. 모두 내 잘못이야. 전화기를 든다, 여기에 이런 사람들이 있어요, 거긴 우리 관할이 아니에요, 일손이 달려서 안돼요, 그걸 우리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여러 가지 답 중에서 알맞은 답을 고르기는 어렵다, 저 벽을 헐면 돌을 날랐던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 있다, 그렇지만 저 벽은 허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저 벽은 옛 궁궐의 돌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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