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My Pillow

from 글쓰기 2009. 7. 29. 22:17

나도 눕게 해 줘, J가 말한다. 침대가 더러워, 괜찮아, J는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눕는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 비가 그쳐서 말이야, 비가 올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비만 바라보면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 라고 말한다. 그러면 건강에 안 좋아, 라고 내가 말한다. 그런 것쯤은 알아, J가 말한다. 배는 어때? 내가 말한다. 괜찮아,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은 것 같아, 아프지도 쓰리지도 않아. 언니? 왜 그래? J는 하얀 시트를 턱까지 당기며 말한다. 언니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야? 언니가 생각해도 내가 한심해 보이지? 언니가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배어서 언니에게 다시 찾아왔으니 말이야, 그렇지? 왜 그런 말을 해? 나는 불을 꺼달라고 말하려다가 J에게 묻는다. 사실 이 속의 아이는 아니지만 그 녀석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 그냥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어, 내게 사랑이라는 건, 아이처럼 되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냥 아이처럼 어리광부리고, 조르고, 못 살게 굴어도 모두 허용되는 것이 내게는 사랑이었어. 그런데 그 녀석은 그런 것을 잘 못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더 심해졌지, 매달리고 울고 소리치고 하면서 그 녀석을 끝까지 몰았어, 역시나 그 녀석은 그런 것을 전혀 감당하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이런 바보, 라고 속으로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 지금은 자기 아이가 무서워서 군대로 도망까지 가버렸으니까 말이야. 언니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 응? J가 다시 묻는다.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 그런 게 허용되는 것이 사랑이고, 그런 네 사랑을 감당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는 것을 말하려는 거지? 그래, 맞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말한다. 그래, 언니, 나는,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 J가 말한다, J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불을 끈다. J와 나는 저 사진처럼 더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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