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ch

from 글쓰기 2009. 7. 10. 17:07
뜨겁다고 말할 때, 그 입술은 낯설다, 여름 휴양지에서 만난 사람과는 사랑해야만 한다, 그런 원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느 때 편리하다, 다른 사람과 잠을 잔다는 것은 설렘이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의 나는 거짓이 많다. J의 일기장은 모스 부호처럼 알지 못할 말들이 깨알같이 쓰여 있다, 집이 어디였지? J의 일기장을 처음 본 순간 나는, 내가 섬에서 탈출할 때 가지고 나왔던 BLUE NOTE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모서리가 닳아진, 너덜너덜해진 일기장은 내가 플라스틱 비닐랩에 싸서 몸에 감고 나왔던 BLUE NOTE와 닮지 않았다. 만약 이 일기장이 보통의 남성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면 J에게는 축복이다. 거짓 없이 써내려 간 일기장은 애처롭고 순수하다. 

오늘 그이를 만났다. 그이는 약속 시간에 늦게 왔고 나는 그이가 오기까지 기다렸다. 비가 왔고, 거리의 사람들이 사라질 때에도 나는 우산 없이 그 거리에서 그이를 기다렸다. 그이는 나를 보자마자 우산을 쓰고 있지 않은 것에 화를 내었고, 나는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이는 비에 젖은 나를 창피해 했고, 그이는 나를 모텔로 데리고 가, 비어 젖은 나를 벗기고 닦아 주었다. 그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있는 그대로 그이를 대하느냐, 이고 나는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 것이다. 그이는 내가 다른 사람의 장난감이었을 때, 나를 구해주었다. 

J의 일기장은 빗맞은 화살처럼 초점이 흐리다. 순간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일기장을 덮고 라디오를 킨다. 누군가의 장난감이었다면, 그이의 장남감도 되었을 테고, 잘만 다룬다면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남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이 들었을 때 기분이 유쾌해 진다. 사람에게 예속된다는 건, 마지막에 배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유쾌한 기분으로는 J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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