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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어떤 날 2009. 6. 5. 23:12

나는 구름다리 위를 걸어가, 당신은 나를 볼 수 없어, 나를 떠나서는 나를 볼 수 없어. 저녁이면 당신의 팔베개에 안심하고 누워, 겨드랑이를 간질이면서 당신의 얼굴과 가슴과 팔과 다리를 확인해, 내 옆에 있어, 그건 당신이야, 라는 말을 하면서 내 손과 눈과 귀로 당신의 모습이 천천히 스며들어 오는 것을 느끼고 있어, 밤이면 당신은 내게 오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 내게 알려주지도 않고 무서워하는 나를 버려둔 채로, 마치 꿈꾸듯이, 나는,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생각해, 어디에 있는 걸까? 아마 차를 타고 집 근처에 왔을지 몰라, 조금 있으면 초인종을 누르고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나를 안아 줄 거야, 내가 눈을 뜨면 당신은 반드시 내 옆에 와 있을 거야, 나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거리면서 집 안에서 울리는 초침이 내 심장박동과 같이 뛰는 것을 보고 있어. 다음 날이면 내 싸늘하게 식은 사랑을 확인하게 될 거야, 그건 모두 당신 탓이야, 이런 밤에 나 홀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야, 당신이 잘못했어.

어느 날 당신이 내게 온다.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푸른 손에는 나에게 심어줄 작은 씨앗을 가지고, 나는 입을 벌리고 그걸 하나씩 삼킨다, 그 씨앗들이 네 안에서 가지를 뻗어, 입으로 나와 내 입술을 적시게 될 거야, 당신이 말한다. 꿈은 다 꾸었어? 나는 이불을 코밑까지 당기고, 꿈을 꾸는 게 나빠? 라고 말한다. 잘못된 거야? 라고 말한다. 당신은 내 눈을 감겨 주며 말한다, 잘 자, 꿈은 네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한, 네가 분노하지 않는 한, 네가 네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결코 잘못되지 않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은 내가 있는 침실의 불을 끈다, 잘 자, 네 그 '꿈'에 대한 회의는 네가 '꿈'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거야, 당신과 함께 방문이 닫힌다. 나는 꿈을 꾼다, 나는 구름다리 위를 걸어가, 떨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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