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 is a longing.

from 글쓰기 2009. 6. 21. 18:38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나는 당신에게 일주일 넘게 갈아입지 않은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와 속옷을 들키고, 열흘간 굶었다는 사실도 들킨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과 찢어진 소설책도 노점에서 훔친 귤과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도 들킨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 쓰고 있던 엽서도 들킨다. 도망쳐 왔어, 당신에게 말한다. 어디서 왔어? 나에게 말한다. 서울, 그런데 여기에는 웬일이야? 가출이라도 한 거야?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는 좋은데 밤이면 무서워,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서워, 그렇게 누워서 떨고 있으면 어느 새 papa 가 술에 취해 들어와서 가족들을 모두 깨우고 집에 있는 물건을 부수고 가족들을 때려, papa 는 좋은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이 papa 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그런 papa 를 보는 것보다,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무서웠어, 그래서 도망쳤어. 가족들에게 잘못했어, 그런 가족들만 내버려 두고 나왔어, 그런데 나 좋아하지? 당신에게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나에게 말한다, 다들 그래, 나더러 착하고 예쁘대, 당신에게 말한다, 그러자 당신은 들고 있던 카메라로 타고 있던 배의 선체를 찍는다, 글쎄, 당신은 내가 배낭에 숨겨 두었던 엽서를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 papa, mommy 미안해, 잘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었어, 떠나와서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당신은 그걸 찢어서 바다에 버린다, 무슨 짓이야? 당신에게 말한다, 이걸로 끝이야, 나에게 말한다. 이 사람이 나를 구해줄 수 있을까? 배를 타고, 흔들리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나에게 말한다. 가지고 있던 콘돔을 모두 써버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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