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서면 저런 빛을 본다, 물결이 만들어 내는 네온사인을 본다, 내 마음처럼 흔들려라, 고 나에게 고백하고, 바람이라도 불면 좋겠다, 고 나에게 기도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내게 그런 기억이 없었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아직 손에 잡히는 것으로만 세상을 보고, 선을 지키지 못하고, 어차피 상처받았는데 뭐,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조금 더 상처 낸다고 뭐가 달라져, 하는 심정으로 당신에게 다가간다, 상처 입었던 사람은 결코 상처 입었던 사람을 치유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네가 사랑할 수 있는 건 단지 상처 입었던 과거의 너 자신뿐이야, 당신이 말한다, 저 물결 위로 당신의 모습이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