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12

from Reset 2009. 11. 8. 09:00
그늘이 진다, 맨션 안으로 햇살이 들어오면서 만들어 내는 먼지들이 그늘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나는, 어둠이 들어찬 곳으로 매트리스를 옮겨서 눕는다. '언니에게 일어났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야,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언니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야.' J가 한 말을 생각하며 천장의 먼지 너머로 떠있는 J의 표정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케이, J가 말한다. 낯선 여자애와 함께, J는 맨션으로 들어온다, 나는, 천정에 있던 J의 얼굴을 그대로 가져다 (또) J에게 씌운다, 오차가 생기고 얼굴의 남아 있는 부분들이 옅은 점처럼 퍼져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건 저런 것들뿐이겠지? 라고 나는 생각하고, 눈을 깜박이며, 왔어? 라고 J에게 말한다. 며칠 동안 J는 아주 분주했다. J는 맨션으로 무엇인가를 계속 가지고 오고, 나는 여러 번 앉은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J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맨션의 문 없는 창을 두꺼운 판자로 막는 일이었다. 왜 그러는 거야? 이건 막아두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안전하지가 않아, 어릴 때 아주 큰 창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 적이 있었어, 늘 밝은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왔었는데, 그 탓에 지금 이렇게 되어 버렸어, 그렇게 생각해, 그런 집이 없었다면 나는 버려지지도 않았을 거야, J는 진지하게 큰 판자를 아무렇지 않은 듯 끌고 가서 못질을 한다, 그 틈새의 먼지들이 J의 머리 위에 내려앉는다. 이쪽은 케이라고 해, 나하고 가장 친한 친구야, 여기는 이야기했던 언니야, 안녕하세요, 케이? (여기는 왜?) J를 보며 내가 말한다. 케이는 치즈 케잌을 들고 J의 뒤에 선다. 앞으로 여기서 살 거니까, 그래서 데리고 왔어. J는 케이의 집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하며, 10호 캔버스 크기만 한 턴테이블을 손에 들고 있다. 케이는 그런 J의 뒤에 치즈 케잌을 들고 서 있고, J는 턴테이블을 매트리스 위에 내려놓고, 케이는 치즈 케잌을 내게 건네어 주고, 조금만 있어, 라고 J가 말하더니 케이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꼭 Beolab5 처럼 생긴 스피커를 하나씩 들고 나타난다. 케이의 집에 도둑이 들었지 뭐야, J가 태연하게 말하고, 케이는 J의 뒤에 고개를 숙이고 선다. 케이, 저기에 놓자, J가 말하고 케이가 그 뒤를 따른다, 턴테이블에는 Curtis Fuller의 Blues-Ette가 올려져 있고, Love Your Spell Is Everywhere, J와 케이와 함께 치즈 케잌을 나누어 먹는다, 메인 테마가 끝나고 Benny Golson의 테너 색소폰이 계단을 올라가듯 격앙되고 따뜻한 분위기를 이끈다. J는 치즈 케잌을 오물거리면서 케이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남성을 쫓아 버렸던 일을 이야기하고, 케이는 두세 번은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치즈 케잌을 입 안에 넣고, 그랬어? 라고 말한다. 케이는 마치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J의 옆에서, 마린블루색의 청바지와 하얀 그래픽티셔츠를 입고 있다, 음악이 끝나고, 턴테이블 위의 픽업을 케이가 손으로 집으려고 할 때, 케이에게서 No.5와 같은 플로랄 향이 난다, 지금 상황과 다른, 그리고 케이는 자연스럽게 J와 눈을 마주치고 J에게 다가가 눈을 감고 J의 목을 감싸며 입을 맞추려고 한다, 그러자 J가 얼굴을 피하고, 치즈 케잌 먹어, 라고 말한다, 케이는 다시 J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고, J는 그만둬, 라고 하듯이 케이를 옆으로 살짝 밀친다, 케이, 플로랄 향이 베이비향으로 바뀔 때, 케이가 말한다, 확인하고 싶어, 이 언니 때문에 우리 사이가 망가지는 것이 싫어, 이 언니 때문에 네가 행복해 지는 것이 싫어, 그렇게 내가 쓸모없어지는 것이 싫어. 판자로 막힌 문 없는 창 사이로 햇살이 뿌려지고, 케이 주변의 먼지가 깃털을 달고 황금빛으로 변한다, 케이는 진심이 된다. 나는 J, 네가 행복해 지는 것이 정말 싫어. 케이, J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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