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lue

from 글쓰기 2009. 6. 27. 02:13

해질녘이면 과거에 내가 쓴 글을 가지고 테라스로 나간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 전까지, 나는, 테라스에 앉아 그 글을 읽는다. 그리고 나는 과거와 얼마나 비슷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놀라고, 그럴 때마다 그 해답을 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는, 열다섯을 기묘한 무인도에서 보내었다. 그곳에는 다다미가 깔린 집이 딱 한 채만 있고,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오는 어부들의 배를 훔쳐 타야만 했다. 섬 주위로는 온통 푸른 바다만이 있고, 닳아빠진 돌멩이들과, 누구도 밟지 않은 작은 모래사장 같은 것이 있었다. 그 때 난 가출하고, 열흘을 굶은 상태였기 때문에, 누구든 나를 어떻게 해 주길 바랐다, 정말 누구든 이었다, 그러다 어느 해변에서 낯선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향했다, 나는 낯선 사내와 팔짱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안전하다고 느꼈다. 그 사내가 나를 구원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나는 그저 푸른색에 중독되어 갈 뿐이었다. 그 섬은 사내를 위한 섬이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때부터 글을 적기 시작했다. 사내 몰래 숨어서 글을 적었다. 주로 적은 것들은 그리운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다 사내에게 내가 쓴 글이 들키면 나는 여지없이 벌을 받았다. 이걸 글이라고 적은 거니? 너 같은 건 안 돼, 나는 뜨거운 여름날 집 밖에 서 있는 벌을 받았다. 내 살갗에는 그 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 여름이 되면 그 때의 기억이 살아난다. 이후로, 나는, 누군가가 내게 칭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 같은 것은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을 그 섬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대신, 누군가가 내게 비난을 하면 안심이 된다, 익숙한 느낌, 그래 맞아, 나 같은 건 원래 그래, 열다섯 이후로 나는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 섬을 도망쳐 나올 때, 나는, 섬에서 내가 적은 글만을 가지고 나왔다, 플라스틱 비닐랩 같은 것으로 내 기억을 온 몸에 동여 메고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역 LOCKER 에 숨겨두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거길 다녀왔다, 500원, 0007, 내 사랑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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