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over

from 어떤 날 2009. 6. 21. 12:52

잠에서 깨자마자 꽃잎무늬의 월남치마와 하얀 티셔츠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산책을 나선다, (어떤 차림을 했었는지는, 머리는 아무렇게나 묶었고 얼굴은 씻지 않아 푸석거린다) 며칠 전부터,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하늘만을 보면서 앞을 걷는다, 손가방을 집에 두고 나왔지만 아무렇지 않다. 내가 있는 이곳은 어떤 일이 있어도 괜찮은 곳,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은 곳, 살아 있는 동안은 늘 괜찮은 곳, 낮의 거리는 눈을 뜨기 힘들게 만든다, 태양은 내 머리 위에서 맴돌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우연히 찍힌 하늘을 본다, 더 파래져 줄 수 있을까? 더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나를 잊을 수 있을 만큼의 하늘을 보고 싶어, 나를 지울 수 있을 만큼의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내 눈을 아프게 해 줄 만큼의 하늘이 보고 싶어서 그래, 그 동안은 살아 있는 거야, 나는 살아 있는 거야. 날이 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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