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ber

from 카테고리 없음 2010. 6. 5. 04:50
불을 켜고 나면 도시의 다른 화면은 유리야.
가까이 와, 이런 외딴 곳에서 너와 내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아.
내 몸이 부서지거나 네가 망가지는 일 따위에 누가 흥미를 갖겠어?
그런 일 뿐이라면 너와 나는 자유로운 거야.

이제 그만 네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을 말하는 일은 그만 둬.
그냥 노는 것이 즐거운 일인 거야.
만약 자유가 허용된다면 그렇게 하는 거야.
끝없는 재잘거림이 세상을 뒤덮고 나면 네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네가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어차피 처음부터 의미 같은 것은 없었어.
너와 내가 만났다거나, 헤어졌다거나
또는 내가 살아 있다거나, 당신은 그런 나를 모른다거나,
무엇이든 의미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어.
그러니까 나를 잃었다고 슬퍼하는 당신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는 것들이 가장 의미 있게 되는 그런 날에 만나.
반드시 만신창이가 되어서 누구도 당신을 거들떠 보려고 하지 않을 때,
'고장난 인형'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도 않을 테니까.
그중에 하나는 '나'일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