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from 어떤 날 2012. 4. 8. 04:08
그 시절에 우리는 꽤 쓸만하고 유용한 농담을 서로 주고 받았었지. 그때는 네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지금은 네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지. 

우리에게는 단 하루만이 필요했어. 미치게 굴러가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단 하루. 우리가 모두 손을 놓고, 일하러도 공부하러도 가지 않고, 또는 무엇도 생산하지도, 서비스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할 수 있는 단 하루. 그날만이 필요했어. 

세상이 변할 거라고 생각했었지.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나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지는 못했어. 어떻게 하루만에 역사가 완성될 수 있겠어? 그러나 우리에게는 단 하루만이 필요했어. 오늘은 무엇도 하지 않을 거야, 라고 선언할 수 있는, 우리들만의 독립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러나 우리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어. 알고 있었지. 바른 말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날이라는 것이 있었을까? 진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도대체 사람 목숨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기라도 한 듯이 굴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어. 그리고 적어도 세상이 변하지 않더라도, 우리들의 굿은 해야 했던 거지. 어떻게 억울해 하면서 살 수 있겠어? 아무것도 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복수하지 않고는 _ 아니지, 복수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_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나쁘다고 느낄 때, 나쁘다, 고 말할 수 있는 극명한 자유.

환상에 기대지 않고 현실에 기대하지도 않고 _ 단지 이 한恨을 풀기 위해 살아도 상관 없을 거야. 누가 뭐라고 하겠어? 

우리에게는 단 하루만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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