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도, 사랑은.

from 습작 2012. 3. 29. 22:02
네가 팔리기나 할까? 애잔하게 물었지, 당신은, 글쎄, 
세상에 팔리지 않는 물건이 있을까? 당신이 말할 때면
땅에는 작은 여진이 흐르고는 했지, 내 몸 안에 살고 있는 당신은,

'너'라는 물건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하자. 내가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물건의 한계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나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가리고, 커튼 틈에
숨어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자, 이것 봐, 너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내 몸을 더듬는 거니?

당신의 팔리지 않는 욕정들 사이로, 내 삐죽이 내민 모습을
생각해 보았지, 당신은, 글쎄, 내가 너를 사지 않았다면, 그걸
다른 곳에 팔 수 있었을까? 내가 너를 가질 수 없
다면, 너는 그냥 '물건'이 아니었을까?

라고 말하지. 잘도 그 입으로 내게 키스하며, 조잘거리지, 당신
의 품에서 '나'를 살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나'를 두고 싸우지는 않을 테고, 
세상에 팔 수 없는 '물건'은 없을 테니, 당신을 제외하고, '나'
라는 물건은, '내'가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단 하나의 '물건'
으로 남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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