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from 어떤 날 2011. 6. 2. 20:29
모처럼 산책을 했어요. 번화가를 걸어 다녔죠. ANGEL IN US 에서 구매한 regular LATTE 를 손에 들고, 같은 곳을 빙빙 돌기도 하고, 갔던 곳을 다시 걸어가기도 하며, 그러다 갑자기 책상 앞에 앉아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랄까, 그냥 과거의 일이 떠올랐는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글을 쓰는 것으로 위안을 삼거나 했던, 그곳으로 도망치던 때의 일이 생각났어요. 속상한 일이 있었을 때, 화가 났을 때,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 라든지 몹시도 견디기 어려운 이별을 했을 때, 또는 혼자일 때, 정돈된 책상 위에, 커피를 가져다 놓고, 즐겨듣는 음악들을 선곡하고, RED PEPPER BLUES 같은, 딸깍 딸깍거리는 타자음 위에 놓인, 글자들을 읽고 또 읽을 때의 기쁨, 이 아주 그리워졌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일까, 의 회한이 들기도 하고, 아니 그동안에 해왔던 것들을 돌아보며, 그럴 수밖에 없었어, 다른 일들이 참 많았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다리가 아플 정도로 걸어 다녔어요. 그리고, 예전의 것을 되살리고 그 느낌을 기억하려고 하는 것이, 왜 과거만을 고집하며, 그때로 가려고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때 사용하던 POWERBOOK 이 아른거려서, 그것을 다시 펼칠까, 가지고 올까, 라는 고민을 하며 그러다 문득, 무언가 소중한 것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글을 쓸 때만큼은 세상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었죠, 그 안에서의 세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닌, 내 의지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곳. 다시 도망치게 될까, 에서부터 시작한 산책이 끝날 즈음, 어느 서점 앞에 서 있었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서, 늘 즐겨 읽는 목록의 책들을 살펴보고, 책장을 넘기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쓴다는 것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생존 방식은 아닐까, 라는 _ 그리고 아무렴 어때,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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