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고치

from 습작 2012. 3. 25. 01:18
놀라운 빛을 만나러 가자, 뜨겁지 않아서, 끝내
벗고 있던 옷을 집어, 허물이 벗겨진 상처에 짓
이겨진 딱지가 떨어지도록, 바삐 잠옷을 입어
야만 하는 그런 날이 오도록, 그 놀라운 빛을
만나러 가자. 당신은 내 뒤에 있고, 더는 나를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 서서, 그 빛
에서 나는 완전히 밀봉된 고치가 되지, 그 자
리에서 바위가 되는 고통을 맛보기 위해 (나는
잠옷 입은 고치가 될 거야, 더는 나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시간이 지나 내 본 모습을 드러내는)
그 
놀라운 빛을 만나러 가자. 나는 이제 그만 옷
    
을 입어야 할 때, 그러므로 이제 당신이 옷을
벗어야 할 때, 내 지퍼에 달린 당신을

그만 이제 빼내어야 하지, 당신 가랑이는 상처입
지 않을 거 같아? 
내 고치 속으로 더는 들어올 수
없는, 
당신은 내가 본 빛 저 너머에 있고,
내 벗은 허물은 당신의 입에서 차가운 쓰레기
가 되어 가지, 그 놀라운 빛 앞에서 나
는 그만, 이제 옷을 입고 걸어가는 거야, 내 입
에서 마지막 남은 당신의 침을 뱉으며, 가볍게
당신을 뱉어내며, 싸늘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