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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xual Comment 2009.07.10

Sexual Comment

from 글쓰기 2009. 7. 10. 13:56
손톱을 깎는다, 짧게, 누군가를 할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마음이 놓인다, 짧아진 손톱의 가장자리로 옅은 피가 묻어 나온다, 짧아서 흘리는 피는 따갑다,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고, 나는 웃는 연습을 위해 거울 앞에 앉는다, 화장을 하고, 마스카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이섀도의 색을 바꾼다, 어제 읽다 만, Demian 을 핸드백 안에 넣으며, 몇 번째 읽는 것일까? 를 생각한다, 내 눈에는 아직 어제 보았던 푸른 달이 맺혀 있다, 시력이 나빠,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끼운다, 올 가을에는 LASEK 을 받을 수 있을까? 너 같은 건 눈이 나빠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해, 다다미가 깔린, 집이 딱 한 채 밖에 없던 그 섬에서 아저씨가 내게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 말이 진실이기를 바란다. 이만큼 성장한 나를 그 섬에서 반겨줄까? 그 아저씨는 아직도 그 섬에 남아 있을까? 역시 가출같은 건 몸에 좋지 않다. 하얀 시폰 원피스를 입는다, 속옷색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푸른색 미니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다리가 거울에 비친다, 그 섬의 아저씨는 이 다리를 보며, 넌 참 사랑스러워, 라며 이야기하고는 했다, 그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다. 현관문을 닫고, 다시 현관문을 열어, 메모장에 휘갈겨 쓴 것을 현관 안에 붙인다, 곧 J가 올 거야, 그 때까지 여기 있으면 안 돼, 나가, 캐노피 안에서는 그 섬의 아저씨를 닮은 사내가 잠들어 있다, 녀석은 그 아저씨만큼 과격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쓸모가 없다. 오늘은 J와 저녁을 먹을 것이다, 오늘만은 탐욕스럽게 J의 부른 배를 필름에 담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 내가 보았던 푸른 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 달을 보고 나면 헤어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해, J의 벗은 몸을 상상하며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J의 벗은 몸은 늘 아름답다. 나는 그 몸에 떠 있는 푸른 달을 J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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