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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hometown (final record)

2nd cancel 2010. 2. 22. 12:46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그 일은 마치 사고처럼 내게 일어났다. 어느 날, 나는 어떤 문장도 만들어 낼 수 없었고, 어떤 글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게 되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몇 년 동안,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2008년 겨울은 여행을 했다. 그냥 도시의 끝과 끝을 걸어 다니며, 틈틈이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고, 타인들 속에서, 나도 참 친절한 사람인가 보다, 라는 심정으로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간 정키들과 게이들이 살던 골목을 지나온 뒤로, 어떤 말이든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과거에 내가 썼던 글들을 다시 읽었다. 시, 소설 그리고 평론, 그 속엔 고스란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해답이 들어있는 것만 같았고, 그 글들을 마치 나르시스틱 인저리(narcissistic injury)를 입은 것처럼 읽고 또 읽었다. 나는 이제 과거처럼은 글을 쓸 수 없다, 는 자괴감을 가지고, 내가 보고 있는 풍경에 주석을 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런 기록들이 남아 있다.
 
지난 1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썼다. 내가 뱉어내고 있는 문장들이 거추장스러워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그리고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할 때까지. 한번쯤은 재생해 보고 싶은 과거의 기억들이 들어 있는, 언제 다시 꺼내어 볼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 담긴 글을 썼다.

탈고 후, 내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내가 과거에 마주했던 어느 벽과 같은 것이었다.
"글을 쓰는 건, 네가 어떤 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야."

글을 쓰는 동안, 여러 가지의 기억들이 겹겹이 쌓였다가 흩어져 갔다. 그 기억의 대부분은 내게 처음 글쓰기를 가르쳐 준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그 기억들을 충분히 훑어보고, 제자리로 돌려보내기를 반복했다.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여기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