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Cocoon

2nd cancel 2009. 6. 13. 13:41

이렇게 숨어서 살아, 버림받기 시작하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 잊은 채, 자신의 몸을, 마치 알몸이 된 양, 가리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숨어서, 꽃잎에 난 반점들만이 자신이 가진 유일함, 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살아, 거절받기 시작하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 잊은 채, 자신을 아껴주었던 사람들로 부터도 떨어져, 나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저 사람들도 나를 떠나고 말거야, 라고 생각하며, 숨어서, 그럴 때면 과거의 자신을 괴롭히던 온갖 기억들이 되살아나서, 나는, 살 가치가 있는 걸까? 라는 회의를 가지며, 조금씩 자신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아이였어, 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 잊은 채, 그렇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