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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zz - Toni Morrison 2009.10.15

Jazz - Toni Morrison

from 글쓰기 2009. 10. 15. 00:24
재즈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토니 모리슨 (문학세계사,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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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Lugwig Wittegenstein 의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를 마지막으로 12번째 읽은 2004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며칠간 Anna Freud 의 Normality and Pathology in Childhood 를 읽었고,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을 읽었다. 그리고 어제까지 Steven Pinker 의 The Language Instinct 를 읽었다. 다음으로 무엇을 읽을까, 를 고민하다 Jazz magazine 과 Schopenhauer 의 The World as Will and Representation 사이에 끼워져 있는 Toni Morrison 의 Jazz 를 끄집어내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Down Syndrome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아이들은 품에 안기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듣고 있던 Memphis Blues 를 끄고, Cannonball Adderley 의 Autumn Leaves 으로 바꾸었을 때 나는 책의 첫 장을 넘기고 있었다.

이 책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첫 장면부터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 중에 하나를 단 몇 초 만에 알려준다. 

  「잠깐만, 나는 저 여자를 알고 있어. 저 여자는 레녹스 거리에서 새들의 무리와 함께 살고 있어. 그녀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지. 그는 열여덟 살짜리 소녀와 깊고 절망적인 사랑에 빠졌었어. 그 사랑은 너무도 슬프고 행복한 것이었지. 그는 단지 사랑의 감정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소녀를 총으로 쏘아서 죽여버렸으니까. 소녀의 장례식에 가서 죽은 얼굴에 칼질을 하려고 하다가 그만 마룻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저 여자, 바이올렛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는, 교회 밖으로 쫓겨나 버렸지. 그러자 그녀는 눈길을 마구 달려갔던 거야.」

그러나 저 사건은 단지 표면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깊은 상처와 이해 속으로 마치 Jazz 가 울리듯 테마와 변주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거의 책이 끝나갈 즈음 다음 대목을 읽고 내가 이 책을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고통. 나는 그것에 대한 특별한 애호나 취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번쩍이는 번개. 작은 소형 총소리 같은 천둥. 나는 그 폭풍의 눈이다. 쪼개진 나무에 대한 애처로움. 지붕에 올라서고 싶은 닭들의 갈망. 그것은 나의 폭풍이다. 그러므로 나만이 그것들을 구할 수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궁리한다.
  나는 그것들을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삶을 파괴시킨다. 그리고 그 고통이 그들의 것이라도, 나는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 안 그런가? 물론 그렇다. 그렇고 말고. 나는 다른 식으로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방법도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조금 멈추었다. 특히 '그것들을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삶을 파괴시킨다.' 는 대목에서 몇 초를 더 소비하며 멈추었다. '이 사람, 상처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어.' 라는 생각을 나는 하고, 왜 항상 같은 이유로 상처를 받고, 왜 항상 같은 이유로 상처를 주는가, 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그리고 이번만은 그렇지 않을 거야, 라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린다. 알코올중독 아버지를 둔 소녀는 그 아버지를 자신이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훗날 알코올중독인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번만은 다를 거야.' 라고 소녀는 생각하기 마련이다.

책을 덮고, 정말 화해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한다. 책은 할렘에서의 일상을 비추고, 삶의 사연과 역사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반짝이게 한다. 그리고,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정말 돌이키는 대신에 화해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한다. 

  「과거의 우물에 집착하거나 한 소년의 황금빛 머리카락에 매달리는 일 같은 것 ......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믿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그곳엔 빠져 있다. 어떤 사기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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