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Weeds
2nd cancel
2009. 6. 15. 19:43
잡초에게도 꽃이 있을까? 저런 것들이 지구를 뒤덮게 되면,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 아래에는 무엇이 묻혀 있을까? 대답해 줄 수 있겠어? 초봄에는 할 수 있는 질문을 초여름이 되면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비가 온 후에는 까맣게 잊게 되는 날이 있다. 눈시울이 뜨거워져도 잡초, 꽃은 구석 어딘가에서 피어난다.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은 곤충의 알만이 아니다, 저 꽃의 씨앗도 어딘가에 묻히고 휩쓸리다, 움직일 수 없는 어느 곳에 도달하게 되면, 폭발음을 내며 뛰쳐나갈 것이다. 지구에는 내가 사는 영역만이 깨끗하고 내가 살지 못하는 곳은 더럽게 얼룩져 있다. 생명은 깨끗한 곳에서도 더러운 곳에서도 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저런 것들이 아무리 지구를 뒤덮는다 해도 그 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 리는 없다. 왜냐하면 저 아래에 묻혀 있는 것은, 내, 가 아니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