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Tiny White
2nd cancel
2009. 6. 14. 20:44
입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굽힌다, 무릎에도 오지 않는 키의 꽃과 만나기 위해, 손을 뻗지 않고 입을 가져간다, 왜 이런 곳에 피어서 주의도 받지 못하고, 이렇게 작은 꽃잎을 가져서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가지도 못하고, 이런 몹쓸 곳에 있어서, 어디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으로 남아 있니? 미니스커트를 입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힐이 키 높이를 만든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묶었던 머리를 풀고 귀걸이를 떼어내고 최대한 낮게 몸을 숙인다, 입을 맞추기 위해, 마음속의 말을 되뇌다, 이 입맞춤이 저 꽃을 망치지 않게 해 주세요, 라고 말한다. 나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피어있던 꽃은 다음 날 내 안에서 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