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Lurid Crimes

2nd cancel 2009. 6. 23. 00:07


며칠 째 하늘만을 보며 걷는다, 외출할 때, 산책할 때, 친구의 결혼식에 갈 때, 책을 보러 갈 때, 와인을 사러 갈 때, 쇼핑을 하러 갈 때, 데이트를 하러 갈 때, 내 눈은 하늘만을 향한다,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란 하늘이 필요해, 나는 주문처럼, 그런 말을 되뇐다, 비가 오고 날이 갠다, 날씨가 변하고, 나는 왜 파란 하늘이 보고 싶은 걸까, 를 생각한다, HAVANA, SYDNEY, MILANO, PARIS, LONDON, TOKYO, SEOUL, RIO DE JANEIRO, SANTORINI, NEW YORK, MONTREAL, ISTANBUL, CAPE TOWN, BANGKOK, 어디에서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어딘지 떠오르면 그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잊기 위해서 나는 이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늘이라면 지칠 만큼 봐 왔어, 나는 어떤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다 석양이 지는 것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에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매일 하늘만을 보는 나에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하늘에게도 화가 난다,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른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다, 기분이 상해서 무턱대고 석양을 향해 ZOOM IN 한다, 빌어먹을, 그리고 뷰파인더에 박혀 있는 저 모습을 보고 나는 겨우 정지한다. "저 녀석 사실은 누더기 밖에 걸치고 있지 않아." 그제야 나는 미소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