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Fantasy

2nd cancel 2009. 6. 12. 23:08

언젠가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살던 도시가 기억 속에서 점점 더 사라져 가는 것을 계속 바라봐야만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는 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그래, 저 곳에서 난 행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살던 도시를 떠나면서, 내가 꿈꾸던 판타지가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 다 잊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라고 말하며, 괜찮아, 라고 다짐하며, 여행용 가방을 손에 끌며 유유히, 나는, 저 곳에서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당신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너와 내가 있던 순간은 퍼즐 같은 거야, 그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너와 나와의 관계는 성립되지 않아, 아픈 것을 빼고, 슬픈 것을 빼고, 견딜 수 없는 것을 빼고 나면, 우리가 함께 있던 퍼즐은 온전하지 않은 괴상한 것이 되어서, 다시 바라봐도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거야, 네가 볼 수 없다면, 나도 볼 수 없어, 라는 당신의 말도 저 안에 모두 파묻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