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from 글쓰기 2009. 10. 13. 03:36
시작, 눈을 감으면 낙서를 할 수 있어, 마스카라가 무거워지는 때, 눈썹에 밥풀이 묻어 있어, 당신이 와서 핥을 수 있게 나는 이렇게 눈을 감고 있을 수 있어, 내 소매에는 당신의 기억이 간장처럼 얼룩져, 짭조름한 향이 방 안 가득히 퍼져도, 이상하게 이 견딜 수 없는 '무지'는 밤이 되어도 타지 않았어. 가려워, 붉은 피가 날 때까지 긁고 나면 옛 기억이 온몸에 펴져서 가려움은 극에 달해, 온통 얼굴이 빨개지고, 긴장해서 치아가 흔들릴 정도로 울고 싶어지면 팔이 떨려서, 수저를 들 수도 없게 되었지, 그리움은 떨림과 같은 거야, 눈을 깜빡이고, 나는 하나의 감정 없는 물건처럼 될 수 있어, 신호등처럼 점멸하는 나는 콘센트가 꼽혀 있지 않은 가전 기구처럼 차가워지고, 밤 아래 달이 묻은 화장대 앞에서 나는 몇 번이고 얼굴을 감싸고, 밀가루가 묻은 연극배우처럼 양 눈을 비비며 표정을 짓지만, 이상하게도 이 견딜 수 없는 '무지'는 밤이 되어도 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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